對中 수출비중의 33%인 반도체가 걸림돌, IT재고도 증가세
연내 對中 수출분위기 반전 ‘어렵다’
중국 리오프닝의 효과를 좌우하는 일부 요인들이 회복세로 전환됐지만, 對中 수출비중이 가장 큰 IT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 한국경제 파급효과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www.korcham.net)가 발표한 ‘중국 리오프닝 효과의 주요요인 분석과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리오프닝으로 한국경제가 긍정적 효과를 얻으려면 ① 1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부동산시장’ 회복, ② 지난해 하락세를 보인 ‘산업생산’의 본격 재가동, ③ 코로나 봉쇄조치와 소득감 등으로 침체됐던 ‘소비심리’의 개선, ④ 對中 수출의 33.4%를 차지하는 반도체 등 ‘IT부문 수요’ 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4가지 요인의 최근 동향을 분석해보니 부동산시장과 산업활동동향, 소비지표는 저점을 찍고 반등 추세이나, 반도체 가격과 IT제품 재고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라며 “IT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리오프닝 효과는 약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우리나라 1분기 수출은 반도체를 포함한 중간재가 전년동기대비 19.5%, 對中 수출도 29.6%의 큰 하락폭을 보였다.
보고서는 중국의 신규주택가격이 작년 11월부터 반등하여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16개월째 이어진 주택가격 하락세가 작년 11월부터 상승세로 전환했으며, 금년 2월과 3월에는 각각 0.3%, 0.44%의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부동산 및 관련 업종이 중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해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상승해 소비, 투자 등 실물지표가 개선될 경우 리오프닝 효과가 빠르게 가시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는 리오프닝 후 경제활동 정상화, 공장 재가동 등에 힘입어 3월 광공업 및 서비스업 생산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광공업 생산은 리오프닝이 개시된 작년 12월부터 반등하여 금년 3월에는 전년동기비 3.9% 증가했고, 서비스업 생산은 소비회복에 힘입어 9.2% 급상승했다.
경기동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1월 50.1로 기준치 50을 넘어선 이후 2월 52.6, 3월 51.9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긍정적 경기전망이 우세했다.
소비지표들도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년동기대비 2.7% 감소했던 소매판매실적이 금년 1분기에는 5.8% 성장세로 돌아섰다.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신뢰지수도 2월에 94.7를 기록하며 작년 12월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와 봉쇄조치로 인한 소비활동의 제약, 소득감소, 고용불안에 따른 보험적 저축성향 확산으로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리오프닝 이후 대면활동이 증가하면서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중국 리오프닝의 효과를 제약하는 가장 큰 요인은 IT제품 수요 부진인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가 들어가는 IT제품의 수요가 줄면서 관련 제품의 재고가 쌓이고, 반도체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D램 가격의 경우, 2021년 정점을 찍은 이후 4월 현재 개당 1.6달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내 IT산업의 재고 현황도 2019년말 대비 60% 이상 증가한 수준으로 여전히 과거추세를 상회하고 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반도체 수출이 살아나지 않으면 중국 리오프닝의 효과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중국 부동산시장과 내수소비가 살아나 중국내 IT 재고가 소진되고 신규 수요가 발생하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리오프닝이 한국경제에 미칠 효과가 불투명한 가운데, 보고서는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파급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대응방안으로 △소비회복 시차에 맞춘 제품별 수출전략, △권역별 대중국 마케팅 전략, △고위기술 중간재 중심의 공급망 확보, △문화·실버 등 서비스시장 진출, △美·中 대립을 중국과의 기술격차 확보의 기회로 활용하는 등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동하 부산외대 교수는 “리오프닝에 따른 중국내 내수시장 효과가 상반기 중에 외식업과 화장품, 의류, 엔터테인먼트 등의 분야에서 먼저 일어나고, 가구, 대형가전, 인테리어 등은 부동산 경기 회복에 따라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업종별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31개 성(省)별로 차등화될 성장폭을 주목하여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고, 중국이 범용 중간재의 자국산 비중을 높임으로써 중국의 수입구조가 고위기술 중간재 중심으로 옮겨가는 점도 주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중국의 인구고령화에 맞춰 문화, 실버 및 의료 등 다양한 서비스산업과 정부주도 경기부양으로 확대될 정부조달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하고,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시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중국과의 기술우위 확보 기회로 삼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對中 무역적자가 7개월 연속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진의 흐름이 올해 안에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對中 수출기업들 사이에서 나왔다. 기업들은 근원적 문제로 중국의 기술자립도 향상에 따른 국산제품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對中 수출기업 300개社들의 ‘對中 수출 부진에 대한 인식’ 자료에 따르면, 對中 수출기업의 절반(50.7%)은 ‘올해 들어 對中 수출의 위축과 부진을 체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체감 못한다(체감 못함 15.7%, 체감 전혀 못함 2.3%)’ 답변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對中 수출 회복 시점’에 대해선 올해 안에 對中 수출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 기업이 전체의 84.3%에 달했다. 가장 많은 기업이 ‘2~5년 후에야 회복될 것(40%)’으로 전망했으며, 이어 ‘내년에야 회복 가능(27.3%)’,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와 기술향상에 따라 예년 수준으로의 회복은 어려울 것(17%)’, ‘중국 리오프닝 효과 가시화로 금년 안에 회복 가능(15.7%)’이라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對中 수출 부진은 반도체 단가 하락과 중국기업들의 보유 재고량 증대 등 단기적 요인과 함께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던 중간재의 자급률 상승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반도체 가격 상승과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만을 바라고 있기보다는 최근 10년간 보여 온 對中 수출의 정체 추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빠른 기술 성장에 위협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중국 기업과의 기술경쟁력 격차’ 질문에 ‘비슷한 수준(36.6%)’이거나 ‘뒤처진다(3.7%)’고 답한 기업이 40.3%에 달했다. 중국보다 앞선다는 응답에서도 ‘3년 이내(38.7%)’라는 응답이 ‘5년 이내(15%)’와 ‘5년 이상(6%)’을 합한 대답(21%)보다 많았다.
‘향후 5년간 한국과 중국의 기술성장 속도 예상’에 대해서는 많은 기업이 ‘중국의 성장속도가 한국을 능가하거나(41.3%) 비슷할 것(35%)’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성장속도가 중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답변은 23.7%에 그쳤다.
기업들은 최근 중국에서 일고 있는 ‘궈차오(國潮, 애국소비)’ 열풍에 대한 우려감도 내비쳤다. ‘궈차오 열풍에 따라 한국제품 및 중간재에 대한 선호도 감소를 체감하는지’에 대해 응답기업 3곳 중 1곳은 ‘그렇다(매우 그렇다 7.7%, 그렇다 25%)’고 답했다. ‘체감 못한다(체감 못함 28%, 체감 전혀 못함 3%)는 답변은 31%, ‘보통’이라는 답변은 36.3%로 집계됐다.
중국을 대체할 수출시장으로 어느 나라가 가장 매력적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아세안’(37.3%), ‘인도’(31.7%), ‘미국’(12.7%), ‘중동’(9%) 등을 차례로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