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생산비용 증가율 8.7%… 2009년 이후 ‘최대’
원자재·환율·임금 상승으로 기업 생산비용 ‘급증’
올해 하반기 생산설비투자 시장은 극심하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재·환율·임금 상승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급증했고, 이로 인해 투자계획을 전략적으로 연기 및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대한상공회의소(www.korcham.net)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기업 생산비용 증가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금년 상반기 전산업의 생산비용(원자재(원유, 철광석, 구리, 알루미늄 등), 환율(원/달러), 임금(시간당 임금) 등의 전년대비 변동률을 산업연관분석의 가격파급효과 모형 통해 계산)이 전년보다 8.7% 늘어났는데, 이는 2009년(10.8%) 이후 최대치”라면서, “지난 10년간(2011~2021년) 전산업 생산비용 증가율 평균이 1.9%였던 것에 비추어보면 약 4.6배나 높은 수치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하반기에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임금 인상압력 역시 커지고 있어 기업들의 생산비용 충격이 지속될 것”이라며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직면한 기업들은 올해 투자계획을 전략적으로 연기 및 축소하고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SGI에서 생산비용 증가율을 생산요소별로 살펴본 결과, “올해 상반기 기업들의 생산비용 증가율(8.7%) 중 임금 인상이 3.2% 포인트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으며 원자재는 3.0% 포인트, 환율은 2.5% 포인트 기여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생산비용을 산업별로도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제조업은 생산비용이 전년동기대비 10.6% 증가하여 서비스업(6.6%)을 능가했다. 제조업은 생산 과정에서 수입 원자재를 많이 필요로 하므로 국제유가, 광물 가격, 환율 등의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제조업 중에는 원유를 주원료로 하는 석유정제(28.8%), 화학(10.5%)과 구리, 알루미늄, 철광석 등 광물을 중간투입물로 사용하는 비금속(9.7%), 1차금속(8.2%), 금속(7.2%) 등에서 생산비용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의 경우 SGI는 “생산 과정에서 수입재 투입 비중이 작아 원자재와 환율에 영향을 적게 받았으나 생산비용 중 인건비 부담이 높아 임금 인상에는 크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비스업 중 지난해 IT 경기 및 주식시장 호황 영향으로 전문·과학·기술·금융보험업 등에서 임금 상승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대한상의 SGI 김천구 연구위원은 “금년 상반기 보건복지, 사업지원, 도소매 등 저부가 서비스업에서도 임금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부담이 많이 늘었는데, 이들 산업은 진입 장벽이 낮아 경쟁이 치열하여 비용을 서비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저부가 서비스업에 분포한 영세 소상공인의 경우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고용감축, 사업장 폐쇄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SGI는 “현재의 기업 생산비용 증가는 거시적 환경변화에 상당 부분 기인하여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이 어렵다”며 “기업 내부적인 비용 절감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대응책으로 생산요소별 맞춤 대책, 생산성 향상 지원, 에너지가격 변화에 강한 산업기반 구축 등”을 제시했다.
SGI는 우선 생산요소별 맞춤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입품 가격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제조업에 대해서는 원자재별로 공급부족, 전량수입, 수급양호 품목으로 구분하여 “공급부족 품목은 핵심 원자재 비축 확대, 원자재 매점매석 제한, 유통구조 개선 등으로 전량수입 의존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선 다변화, 해외자원개발 통한 자주율 제고 등 안정적 공급원 확보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건비 부담이 크고 낮은 진입 장벽으로 높아진 비용을 제품가격에 충분히 이전시키기 어려운 저부가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에 금리부담 경감, 추가적인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등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를 지속하며 경영상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SGI는 기업 내부적으로 생산비용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방안으로 생산성 향상 지원을 언급했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규제시스템의 전반적인 전환 통해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나 기술혁신 활동을 자극”해야 하며 “SW, R&D, 브랜드, 디자인 등 경제 전체에 파급효과가 크지만, 리스크 높아 과소 투자되는 경향이 큰 무형자산 투자 촉진하여 지식전파 및 혁신 경로 통한 생산성 증대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노동의 질 개선에 대해 SGI는 “4차산업혁명, 디지털전환 등의 가속화로 기업 인력수요가 늘고 있는 차세대반도체, 빅데이터,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등에 대한 진로·교육·취업 연계 사업을 활성화”하고 “변하고 있는 인력구조를 고려하여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맡은 업무의 성격과 난이도에 따라 보상을 받는 직무급제로 점진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에너지가격 변화에 강한 산업기반 구축을 주문했다. SGI는 “에너지가격 변동에 국내 경제가 내성을 갖기 위해 탄소중립처럼 변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를 활용하여 탈탄소 및 에너지 절감형 산업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민간-민간 또는 민간-공공의 연구개발 및 실증(Research Development & Demonstration) 과정에서 긴밀한 협업을 통해 에너지 저감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GI 김천구 연구위원은 “현재 기업들은 글로벌 수요 둔화, 고금리에 원자재·환율·임금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충격까지 겹친 상황이다”며 “이러한 복합위기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원가경쟁력 갖추기 위한 원가혁신 노력과 함께 미래에 대한 기회 포착, 혁신적 아이디어 도출 통해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