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Cover Story 이 기사의 입력시간 : 2026-01-01 (목) 8:58:38
2026年 업종별 시장 전망(설비투자 編)
“설비를 넘어 공정을 판다”... ‘양적 증설’ 가고 ‘질적 고도화’ 온다
2026-01  글 : 박성호 기자 / reporter@sg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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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선별적 투자’, 자동차·전통 제조는 ‘내실’ 투자  
생산장비업계, 글로벌 ‘현지 대응력’과 ‘SW 솔루션’이 수주 분수령
 


2026년 설비투자 시장은 1%대의 완만한 성장 속에서 ‘양적 팽창’이 끝나고 ‘질적 고도화’가 시작되는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단순히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한 증설 투자는 저물고, AI와 반도체 등 고부가 산업을 중심으로 수율 향상과 인력 대체가 명확한 공정 혁신에만 선택적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특히 국내외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경기 회복 지연과 해외 투자 확대라는 하방 요인 속에서 ‘설비’ 그 자체보다 ‘데이터 기반의 지능화 솔루션’을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제 장비업계는 하드웨어 성능 경쟁을 넘어, 글로벌 현지 대응력과 소프트웨어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기술적 분수령에 서게 되었다.



올해 설비투자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선별적 고도화’다.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는 1%대의 완만한 성장에 그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산업별 양극화와 투자 패러다임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휘몰아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사지 않는다. 인력난을 대체할 자동화, 초격차를 결정짓는 수율,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현지화 역량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장비업계에 ‘기회의 땅’은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NABO)와 산업연구원(KIET), 그리고 주요 금융권 연구소가 내다본 `26년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1.7%에서 1.9% 사이다. `24년 하반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한 설비투자가 `25년을 거쳐 올해에는 안정기에 접어든다는 분석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6년 NABO 경제전망: 2025~2029’ 보고서에 따르면, `25년 들어 제조업의 생산과 출하가 완만한 증가율을 보였고, 재고는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는 제조업 전반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시장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설비투자 확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 및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내 수요 회복은 `25년 하반기와 `26년 설비투자의 증가세를 견인할 주요 동력으로 꼽힌다. 또한 국내기계수주는 `25년 1분기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이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에서는 “국내 제조업의 생산능력 확충 수요가 견조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설비투자 확대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수치상으로는 견조해 보이지만, 장비업계가 느끼는 체감 온도는 사뭇 다르다. `20~`24년 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인 3.1%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현저히 둔화됐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이에 대해 “수출 둔화와 기업의 해외 현지 투자 확대가 국내 설비투자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하회하고 있다는 점은 뼈아프다. 제조업 전반에서 재고가 감소하고 생산능력 확충 수요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경영진들이 신규 설비 도입에 있어서는 극도로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즉, 제조업 전반의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기업심리 회복이 지연될 경우, 투자 의사결정의 보수성이 강화되고 신규 설비 도입 또한 제한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26년 설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고객사들의 ‘구매 문법’이다. 과거의 투자가 ‘CAPA(생산능력) 증설’에 방점이 찍혔다면, `26년의 투자는 ‘공정 최적화’로 완전히 옮겨갔다.
현장의 장비업계 관계자들은 “고객사가 이제 단순히 장비의 스펙만 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한 SMT(표면실장기술) 장비업체 대표는 “이제는 설비를 파는 것이 아니라 수율과 ROI(투자 대비 수익)를 판다는 마음가짐이어야 한다”며 “라인 전체와의 호환성, MES(제조실행시스템)와의 연동성, 그리고 무엇보다 인력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수주 여부를 결정한다”고 전했다.
`26년 시장에서는 범용 IT 기기나 가전용 장비는 중국산의 저가 공세와 수요 둔화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AI 서버, 산업용 전장, 의료기기 등 고부가 가치 산업에서는 ‘멈추지 않는 장비’, ‘불량을 스스로 잡아내는 지능형 장비’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전방 산업별로 살펴보면 온도차는 더욱 극명하다. AI 기술 확산의 여파로 인해 반도체 업종의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시장 완성단계에 들어선 모바일 기기, 가전 업종과 글로벌 무역 관세 여파 및 친환경 차량 전환 저조의 자동차 업종은 설비투자 건수가 기대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AI       
투자의 중심축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AI 가속기 시장의 팽창은 올해에도 설비투자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후공정(OSAT) 및 검사 장비, 자동화 설비에 대한 투자는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국내 반도체 시장의 중장기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기술 격차 축소와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상존하기에, 단순 증설보다는 첨단 공정 전환 위주의 투자가 주를 이룰 전망이다.

자동차/이차전지     
근래에 SMT생산설비 업계의 ‘엘도라도’였던 자동차와 이차전지 분야는 `26년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과 전기차 수요 정체(Chasim) 현상이 맞물리며 신규 라인 발주가 눈에 띄게 줄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의 설비투자는 신규 증설보다는 기존 라인의 유지보수(Overhaul)나 혼류 생산 대응을 위한 개조(Retrofit)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쪽은 신규 라인보다는 기존 설비 유지·개조 중심”이라며 “라인을 늘리기보다는 혼류 생산 대응이나 불량 저감 목적의 투자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모바일       
‘AI 폰 확장’, 트리플 폴더폰와 같은 신규 폼팩터 등장, 애플의 폴더블폰 출시 등 최종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사항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최첨단 신제품의 등장으로 소비자의 눈과 귀를 좋겠지만, 아쉽게도 생산설비투자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6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할 전망이다. DRAM 가격 급등으로 인해 저가형 스마트폰의 부품 원가(BoM)는 무려 25%나 상승했으며, 중·고가형 역시 각각 15%, 10% 수준의 비용 부담을 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출하량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비용 상승은 `26년 2분기까지 이어질 전망으로,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설비 투자를 극도로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세그먼트는 크게 2가지 투자 흐름이 나오고 있다. 첫째, 신규 증설보다는 판매단가(ASP) 상승을 노린 프리미엄 라인의 고정밀 공정이나, 원가 절감을 위한 자동화 개조 투자에 집중되고 있다. 둘째, 폴더블이나 AI 전용 칩 실장 등 고난도 공정 대응력을 갖춘 고사양 SMT 설비 위주로만 신규 발주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투자 트렌드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전    
가전 업계는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의 직격탄을 맞으며 가장 보수적인 행보를 보인다. 일반 범용 가전 설비는 중국산 장비와의 가격 경쟁력 밀려 국내 투자가 위축된 상태다. 다만,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친환경 가전이나 초대형 프리미엄 라인업을 위한 고정밀 조립·검사 설비 투자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노후 라인을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해 운영 비용을 절감하려는 ‘효율화 투자’가 주를 이룬다.

2026년 설비투자 시장의 거대한 흐름 중 하나는 ‘투자의 영토 확장’이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8.6%씩 성장해왔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배터리 공장 설립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설비투자가 해외로 전이되는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는 국내 장비업계에 위기이자 기회다. 국내 발주는 줄어들지언정 해외 프로젝트 규모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 장비사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 제조 역량이 아니다. 미국 조지아주나 헝가리 데브레첸 현지에서 설비를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AS를 제공할 수 있는 ‘글로벌 대응력’이 생존의 필수가 됐다.
중견 장비업체 관계자는 “성능이 조금 뒤처져도 현지 대응이 완벽한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글로벌 제조사들의 추세”라며 “장비 기업도 이제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역량과 글로벌 물류망을 갖춘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자동화 설비 시장은 ‘인력난 해소’라는 절박한 과제와 맞닿아 있다. 숙련공 부족이 전 산업계의 공통 과제로 떠오르면서, 단순 로봇 도입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설비 관리와 AI 공정 제어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바이오헬스, 반도체, 배터리 공정에서는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인라인(In-line) 자동화가 대세다. 장비 업체들은 이제 하드웨어만 공급해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장비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소프트웨어 통합 솔루션 역량이 2026년 수주 시장의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다.

     
장비업계가 바라본 2026년 설비시장은 회복과 침체가 공존하는 구조다. 무차별적인 설비 증설은 사라지고, 고부가·고효율·자동화 중심의 투자가 제한적으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설비 시장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설비를 고르는 기준이 높아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년은 장비업계에 있어 물량 경쟁에서 벗어나 기술·공정 이해·고객 대응력을 시험받는 해가 될 전망이다. 설비투자의 방향이 바뀐 지금, 장비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이 향후 시장 지형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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